Cucina Stellata ✦ Starred Cuisine

Cucina Stellata · 이야기와 편지

요리사의 일기, 숨겨진 편지 세 통, 마지막 편지를 읽어 보세요. 이야기 내용은 기본적으로 접혀 있습니다.

Cucina Stellata
© Filthy E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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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 세 개의 편지는 요리사가 말하는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 줍니다. 모두 열면 마지막 장면 뒤에 스텔라의 편지가 추가됩니다.

등장인물과 목소리

요리사

요리사는 특별한 맛을 좇으며 커져 가는 식욕을 일기에 남깁니다. 숨겨진 편지는 직장과 가족 사이에서 벌어진 격렬한 갈등을 보여 줍니다.

스텔라

마지막 편지를 쓴 인물입니다. 그에게 받은 상처, 자신이 도울 수 있으리라는 희망, 끝내 함께 갈 수 없었던 지점을 이야기합니다.

예언자의 목소리

요리사의 허기를 향해 말을 걸며 자신을 위해 노래할 시인을 언급하는 목소리입니다. 네 편의 글이 필기 퍼즐과 함께 등장합니다.

일기 01

모두들 호기심이란 곧 위험하기 짝이 없는 올가미라 칭하며, 인간을 두 번 다시 빠져나올 수 없는 심연으로 이끈다고들 한다. 이러한 이야기의 출처인 세간에서는 먹는 일의 중대함 역시 결코 인정하려 들지 않지만, 이보다 위선적인 태도도 없다고 할 수 있겠다. 세속적인 연회든 종교적인 축일이든 식탁보를 깔지 않는 법이 없으며, 사람들은 저마다 최고의 자태로 만찬을 탐닉하고자 애쓰지 않던가.

고로 나는 선언한다. 식재료를 고를 때는 언제나 최상급의 것을 취할 것을. 필히 깊은 인상을 남길 터이니. 출처가 어딘지 모를 이 귀한 열매가 내가 믿는 바와 같이 진정 희귀한 것이라면, 이는 마땅히 송로버섯에 필적하거나 그 이상의 값어치를 지니고 있으리라.

허나 희망과 열정을 품을 때에는 마땅히 신중해야 하니, 은밀히 올리는 기도 속에 이미 닥쳐올 슬픔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주님의 은총 아래에서 이 어찌 욕지기나는 일이 아닐 수 있을까만, 결코 채워지지 않는 식욕은 가실 생각을 하질 않는다.

일기 02

이와 같은 만찬 앞에서는 나조차도 불을 다루거나 맛을 음미하는 데 있어 한낱 풋내기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이해의 범주를 벗어난 환희와 탁월함을 맛본 나는 어느덧 경외감에 휩싸였다. 내가 가장 음미하고 싶어 했던 그 모든 갈망이 모조리 해소되었으며, 마지막 한 입을 삼킨 후에는 나 자신이 대체 어디에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의자는 사라졌고 식기는 온데간데없었으나, 그러한 와중 나는 굳게 닫힌 눈꺼풀의 짙은 어둠 속에서도 시선이 빚어내는 색채들에 온전히 매료되고야 말았다. 그때 경험한 도취는 모든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수고며 나의 욕망의 화덕에 다시금 불을 지피기 위한 수고를 마땅히 감내하게끔 하였다. 선하고 아름다운 모든 것을 탐구하기 위해, 깊은 물로 뛰어드는 잠수부처럼 다시금 마땅히 작업에 빠져들게도 하였다.

나는 위장이 아우성치며 갈구하지 않는 이상 음식 곁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다니지만, 한편으로 나는 자연으로부터 통제하기 힘들 만큼 육욕적인 본능을 물려받았다. 그러한 천박한 본능으로 인해 건강과 그 밖의 모든 것을 잃을 뻔하기도 하였다. 하나 인간이 음식을 갈망하지 않거나 욕망의 태동을 느끼지 못한다면 인류는 머지않아 멸망하고야 말 것 아닌가. 그렇기에 우리 모두의 만수무강을 위하여 나는 다시 한번 나 자신을 기꺼이 내던지고자 한다. 솥과 뚜껑들이여, 다리를 활짝 벌리거라. 찜 요리들이여, 강렬한 향기여, 볶음 요리와 마늘 묶음이여, 나를 흠뻑 적시거라, 내가 이미 너희들에게 돌아왔으니!

일기 03

기대감으로 온몸을 떨며, 손가락으로 콧수염을 쓸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아낸다. 그곳에 아직 남아 있는 순결한 맛을 애타는 입술로 다시금 맛보고 싶어서 안달이 난 채로.

달지도, 쓰지도, 시지도, 짜지도 않다. 차라리 하나의 감각, 입안과 목구멍의 결을 타고 흐르는 매혹적인 전율이라 해야 할까. 미끈미끈하면서도 헤아릴 길 없는 그것은, 결코 사그라들지도 바래지도 않는 선명한 뒷맛의 여운만을 남겨놓는다.

나로선 이를 묘사할 길이 없다. 그것을 정의할 수 있는 말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

일기 04

또다시 어김없이 아득히 먼 곳에 있는 내장처럼 신음하며 고동치는 빛살이 눈앞에 펼쳐지자, 아득한 황홀경에 두 손으로 더는 무엇을 잡거나 쥐고 싶지조차 않아진다.

마치 꿈만 같았던 기분에서 깨어난 지금, 내 혀는 옛 유적을 배회하는 약탈자마냥 치아 사이사이를 누비며, 인류가 지금껏 알지 못했던 맛의 보고라든지, 감히 맛을 볼 생각조차 못했던 풍부한 맛의 향연을 찾아 헤맨다. 이 세상에 갓 피어난 미숙한 혀들은 결코 범접해 본 적 없는 그림자를 말이다. 또한 내가 그것을 포식할 때면, 그것 역시 어김없이 나를 포식한다.

그것은 존재만으로도 다른 모든 것들을 더럽히고, 뒤틀린 교합으로 식재료를 오염시키며, 딱 그만큼 일그러진 풍미를 낳는다. 그 누구도 감히 입에 댈 엄두조차 내지 못할 맛이다. 아아, 실로 그러하다. 전통 요리라는 독단에서 벗어나 이계의 환희를 기꺼이 맛보려는 대담한 탐식가가 아니고서야 감히 도전해볼 수조차 없는 맛이다. 그러한 맛을 알게 된 자는 새로운 색채와, 그 안에 깃든 끔찍한 음영을 목도한 화가와도 같다. 하지만 실상 새로운 색채란 없다. 그저 언제나 우리 시선의 끄트머리에 버려진 채, 검게 메마르고 오그라들어, 경이도 고통도 감당치 못할 만큼 미숙하게 퇴화해 버린 색채를 다시 마주한 것일 뿐.

일기 05

육수가 인간을 살찌우는 여물이라면, 이것은 필시 신화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천사와 악마, 오크, 마자페굴, 마갈라시, 마르마쿨레를 살찌우는 여물이리라.

나의 위장이 짐승의 먹이를 배불리 먹고자 하는 열망에 사로잡힌 채, 이를 악물고 간청하며 날뛰어대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굶주림이 나를 향해 손짓하고 있으며, 이 원초적인 언어가 전하는 말은 결코 잘못 알아들을 수 없으리만치 선명하다. 미각이 울부짖고, 내장도 그 합창에 가세하며, 쓰라리게 넘실거리는 담즙 또한 날카롭고 또렷한 음조로 비명을 지르는 혀의 미뢰 사이에서 불협화음을 자아낸다.

허나 쾌락이 사그라들면 그 자리를 갈망이 꿰차고 만다. 이러한 갈망은 너무나도 절박하고 맹렬하며 거스를 길 없는 나머지, 나의 내장 깊은 곳에서부터 이러한 갈망이 솟구쳐 오르는 순간에는 그저 육신과 욕망에 매여 사는 저 천박하고 본능적인 피조물들의 심정을 이해하는 법조차 깨우치게 될 지경이다.

일기 06

정녕 맛의 본질 안에는 내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비밀스럽고 기이한 법칙들이 숨겨져 있단 말인가! 한입 베어 물 때마다 내 존재의 온 가닥가닥이 꿈틀대는 듯하니, 마치 입안에 침입한 미지의 존재로부터 일말의 의미라도 분별해 내려는 것만 같다. 이 고기는 주님께서 인간에게 내려주신 대지에 속한 것이 아니기에, 필멸자의 기준으로는 그 풍미를 결코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위력은 실로 대단하여, 단 한 점만으로도 영혼의 눈을 멀게 하고 정신을 모조리 씻어내기에 충분할 지경이다. 이제 빛이 점점 더 가까워질수록 다른 모든 양식은 본래의 미덕을 잃어버린다. 포도주는 맹물이 되고, 빵은 재로 변하며, 심지어 공기조차 희미한 악취를 품고 있는 것만 같다.

마치 세상을 인지하는 새롭고도 뒤틀린, 금지된 방식이 내게 억지로 덧씌워지기라도 한 양, 그 무엇도 내 혀에서 이 그림자를 씻어내지 못한다. 그리하여 이 축축하고 어두운 밤, 외딴곳에 웅크린 채 목은 타들어 가고 위장은 너무나도 쉬이 주려 오는데, 나를 가장 공포에 질리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또 다른 한 입을 여전히 갈망하고 있는 내 존재의 일부분이다.

일기 07

비통하고 비통하도다! 나의 운이 다하였구나! 오오 흉측한 늪이여, 오오 퀴퀴한 수렁이여, 오오 한때는 날 길러냈던 이 불경한 땅이여, 저주받을지어다! 정녕 너의 자식들에게 일말의 자비도 베풀지 않을 셈이더냐? 너의 변덕에 모든 것이 쉬이 썩어 문드러지고, 그 지독한 부패의 손아귀는 가장 감미로운 암브로시아마저 놔주려 들지를 않는구나. 단 한 번도 풍요를 허락한 적 없으니, 이에 내 너를 저주받은 땅이라 부르겠노라! 저주받았도다!

몇 시간이나 흘렀을까? 한 시간? 두 시간? 그보다는 더 지났을까... 하여튼 하룻밤조차 지나지 않았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건만, 고기는 발효되다 못해 썩어 문드러져 껍질이 벗겨지듯 부패된 채, 잔혹한 악취 속에서 몸부림치며 뒹굴고 있다. 미각의 노예가 되어 보존 따위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아버렸다. 대체 내가 왜 그랬을까?

내 눈을 가리던 비늘이 떨어져내린 지금에서야 참으로 저주받은 내 집의 진면목이 똑똑히 보이기 시작한다. 또한 주님께서 이 대지를 얼마나 악의에 찬 눈초리로 굽어보시는지가.

일기 08

행운의 여신께서 내게 미소 지으시길.

혹시 이것이 행운의 여신님께서 은총을 내리신 거라면 겉모습과 냄새에 닥친 이 썩어가는 변화야말로 한층 더 승화된 맛의 전조일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술이나 치즈, 염장육이 그러하듯, 때로는 부패가 맛을 망치기는커녕 드높여 주기도 하니까.

일기 09

이번에 그것을 먹었을 때는, 마치 어느 여름날 오후의 품에 안긴 채로 환상적인 향기와 빛깔로 무르익은 채 꽃이 만개한 정원에 나 있는, 뜨겁고도 뒤틀린 길을 거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끝없이 펼쳐진 은혜를 누리고 있자니, 마치 내 지난 삶 전체가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톱니 모양의 잎을 드리운 담쟁이덩굴 아치가 협곡 같은 통로로 이어졌다. 나뭇가지 사이로 겹겹이 흘러든 금빛 광채가 그늘에 수놓여있는 길을, 나는 걷고 또 걸었다. 왼편에 있는 나무 아래쪽에는 만개한 목초롱풀이 끝없는 양탄자처럼 펼쳐져 있었다.

산들바람이 내 살결을 부드럽게 맛보듯 스쳐 지나가자 숲 깊숙한 곳에서 울려 퍼지는 바위비둘기들의 울음소리가 함께 들려왔고, 이는 환희에 찬 채 소화활동을 하는 위장처럼 꾸르륵거리는 개울물 소리와 한데 어우러져 교향악을 이루었다. 대지 역시 꽃을 너무도 흐드러지게 피워내는 통에,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풍성하면서도 가녀린 꽃잎들을 짓밟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공기는 어찌나 달콤하고 잎사귀들은 이슬 같은 효소의 윤기를 머금은 채 무성하던지, 경탄을 금하기 어려웠다. 빽빽한 덤불이 길을 뒤덮은 가운데, 비좁은 틈새만이 앞으로 나아갈 유일한 길을 내어주고 있었다. 나는 보무도 당당하게 그 길로 들어섰으나, 반대편에 다다랐을 무렵에는 모태에서 갓 빠져나온 갓난아이마냥 흠뻑 젖은 볼썽사나운 몰골이 되는 신세를 면치 못하였다.

일기 10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 이것 또한 내 곁을 떠나가 버렸다. 잔혹한 복수의 가련한 희생자가 되어 버린 나는, 두 번 다시 그 천국 같은 정원으로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번 그토록 더없이 행복한 들판을 두 눈으로 목도한 인간이, 어찌 그곳에 작별을 고할 수 있겠는가?

기이하게도 내 안에서 포근한 것에 감싸인 채 아래쪽으로 내달리면서, 끊임없이 뱃속을 헤집고 다니는 새로운 기운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나는 변해버린 듯하다. 따라서 결론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참으로 끔찍하기 짝이 없다. 나 역시 신진대사 과정의 일부가 되어, 가장 역겨운 배설물 속에서 안식을 찾는 존재가 되었다고 여기는 편이 온당하지 않겠는가?

일기 11

이 얼마나 끔찍한 비극인가! 한때 신의 음료에 필적했던 것이 이제는 매캐하고 자극적이며 지독하리만치 천박해졌으니, 이제는 한때 뽐내던 신성함을 초라하게 흉내나 내고 있는 꼴이다.

어쩌면 너무 지나치게 희석된 나머지, 선하고 고결했던 모든 요소가 영영 사라져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혹 어쩌면 그 안에 깃든 미덕이 위장의 먹잇감이 되고, 이어서 위장이 살찌운 살점의 먹잇감이 되어버린 탓은 아닐까?

이제 나는 지극한 불굴의 의지로 이 대담한 난제와 마주할 수밖에 없다.

일기 12

내 뺨이라는 것이 참으로 얼마나 하찮은 것이었는지 알게 되고 나니 실로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살점을 베어낼 때조차 그저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리고 눈가에 옅은 눈물이 어렸을 뿐이다. 하나 눈물 때문에 안개처럼 희뿌예진 시야 속에서도 나의 눈만큼은 여름날의 건초더미를 모조리 집어삼키려 드는 불길처럼 사납게 번뜩였다. 번뜩이는 안광 너머로, 내 영혼은 바짝 메마른 채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물방울 하나 맺힐 틈조차 허락지 않는 가혹한 열기에 쩍쩍 갈라져 버린 대지처럼.

또한 나 역시 불타고 있다. 태양을 너무 오래 응시한 나머지 밤에 드리운 그늘 속에서도 안식을 찾지 못하고, 그 어떤 눈물로도 결코 끌 수 없는 불길에 휩싸여 신음하게 된 채로.

일기 13

나의 기력은 나날이 쇠하여 가고 있지만, 감미로웠던 환희로부터 느꼈던 장엄함은 여전히 날 맴돌고 있다.

내게 남은 얼마 안 되는 시간을 온전히 쏟아부으리라. 파멸을 마주하는 것보다 훨씬 더 두려운 것은, 이젠 더 이상 탐할 수 없는 쾌락을 곱씹기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 당신께 청하노니, 이 위기로부터, 황홀경과의 이별에서 나를 건져내 주소서. 여인으로서의 덧없는 행복만을 맛보았던 티레시아스, 한때 주님의 광채 속에서 노닐었던 루시퍼, 혹은 지식을 향한 갈망으로 스스로 형벌을 짊어진 파우스트의 반열에 내가 들지 않도록 건져내 주소서.

하느님이든, 악마든, 영혼이든, 당신이 무엇이든 간에 간청하오니, 부디 내게 이 마지막 자비를 베푸시어 미지근한 내 삶의 수프 위에 마지막 기름 한 방울을 띄워 주소서.

숨겨진 편지 01

하여튼 쓸데 없이 글을 어렵게 쓰는 재주 하나만큼은 알아줘야겠구먼. 네 녀석의 편지를 읽느라고 아주 진땀을 뺐다.

그러니까 결국 또 직원으로 써 달라는 거 아니냐? 그렇게 멍이 들도록 처맞고도 정신을 못 차렸나 봐? 우리 직원 전부가 널 혐오한다고. 그만큼 두들겨 패줬으면 알아먹었을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부족했던 모양이군.

물론 네놈이 요리 실력 하나는 끝내준다는 거야 알고 있지. 아주 잘 알다마다. 하지만 솔직히 너처럼 대가리에 나사가 하나 빠져서는, 잘난 척이나 해대는 놈을 상대할 시간 따윈 없다. 늘 본인이 가게 주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굴고, 농담 한 마디도 그냥 넘기질 못하잖나. 아니, 자기가 무슨 국왕 전속 주방장이라도 된 줄 아나 봐? 우리한테 '예술가' 나부랭이는 필요 없어. 밭일하느라 굶주린 녀석들 배나 잘 채워줄 고분고분한 요리사면 족하지. 너도 못 봐주겠고, 너의 광대 노릇도 도저히 못 봐주겠다. 아니, 대체, 우리가 네놈 기분이 나빠질 때마다 밀대가 다이너마이트라도 된 양 휘두르는 꼴을 매번 봐줄 수 있을 것 같았나? 사람 마음도 못 다루는 녀석한테 음식을 다루게 둘 수는 없다. 결국 여관 바닥에 필요한 건 화려한 공작새가 아니라 묵묵한 노새니까.

숨겨진 편지 02

어머니,

어머니께서 여전히 헛된 희망을 품고 계신 듯하여 다시 한번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저는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형태의 보상을 주시겠다 해도 갈 마음이 없습니다. 그 작자는 제게 예나 지금이나 그저 남일 뿐입니다. 그자가 제게 뭘 남기려 했든 제 안에는 그자의 유산이 발톱의 때만큼도 남아있지 않으며, 이에 주님께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그 작자가 죽던 날에도 제가 끓이던 육수는 평소처럼 끓고 있었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산들바람이 불어오더군요. 이제 이 세상에 기어든 악마 놈이 하나 줄어들었을 뿐이잖습니까. 이는 누구보다 어머니께서 잘 아실 것입니다. 괭이자루 쥐는 것 말고는 재주라곤 없던 천박한 주정뱅이를 위해 정 울어주고 싶은 자들이 있다면 어디 펑펑 눈물을 흘려보라고 하십시오. 허나 제게는 그런 식으로 내어줄 슬픔 따위 없습니다.

차라리 저는 축배를 들겠습니다. 그 작자의 관이 묫자리에 파묻히는 순간 마치 성 루필로 축일이라도 된것처럼 기뻐할 터이니, 이는 그제서야 마침내 제게도 제가 사는 집구석을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지에 대한 발언권이 생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집구석은 그동안 뼈 빠지게 부려먹히는 가축마냥 천대를 받아왔지요. 한편 저는 집안 벽면의 돌들조차 구석구석 보석처럼 갈고닦아 놓을 녀석입니다. 한데 어찌하여 그 누구도 아닌 제가 집에서 떠밀려 나가야 했단 말입니까?

제가 그 집구석으로 돌아가는 것도 온당한 복수가 되겠으나, 그러고 싶은 마음만큼이나 그 집을 모조리 태워버려 대들보 하나하나, 모든 기억마저 한 줌 재로 만들어버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도 듭니다. 저를 발밑의 가장 비천한 존재처럼 내다 버린 어머니께 어울리는 결말은 오직 그것뿐이었으니 말입니다. 운명이 제게 별다른 선택지를 주지 않았기에 할 수 없이 어머니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며, 마찬가지로 달리 방도가 없었기에 홀로 온전한 어른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비를 구걸하겠답시고 시간 낭비는 하지 마십시오. 사람은 단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것을 결코 베풀 수 없는 법이니까요.

친애하는 어머니, 어머니께 행운이 함께하기를, 그리고 죽은 자에게는 구더기가 함께하기를.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강녕하십시오.

숨겨진 편지 03

매부,

자네 생각만 해도 내 영혼 깊숙한 곳으로부터 역겨움이 치밀어 오르지만, 어쩔 수 없이 다시 편지를 쓸 수밖에 없게 되었네.

자네가 그저 뻔뻔한 건지 순전히 파렴치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상관없네. 남의 집에 쳐들어와 개처럼 짖어대며 돌멩이 던지듯 말을 마구 내뱉는 짓은 결코 용서받지 못할 침입 행위일세. 내 단언컨대, 자네가 그런 실수를 두 번 다시 저지르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네. 내가 평소 화를 잘 내는 편은 아니지만, 내 소중한 사람들을 감히 건드리는 자가 있다면 내 피 역시 거꾸로 솟구칠 수 있고 내 영혼 또한 얼마든지 사나워질 수 있단 말이네.

이미 경고받았음에도 자네는 또다시 찾아와, 그 아이에 대한 그 얼토당토않은 지배권을 들먹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지. 분명히 말해두겠는데, 여자는 찬장 속에 으레 쑤셔 넣어 두는 단지처럼 소유하거나 처박아 두는 물건도 아니요, 말뚝에 묶어두는 가축도 아닐세.

그 아이의 유순한 애정을 모조리 짓밟고, 자네 삶의 온갖 독을 그녀의 잔에 쏟아부었으며, 심지어 잠이라는 실낱같은 안식마저 빼앗아 가 놓고도 아직 성에 차지 않는단 말인가? 뉘우치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고, 침 질질 흘리는 이빨로 이미 더럽혀 놓은 뼈다귀를 되찾겠다고 짖어대는 개처럼 자신이 잃어버린 것을 탐내기나 하면서 말일세.

착각하지 말게, 난 성자도 순교자도 아니니. 자네가 이 문을 한 번만 더 두드린다면, 자네를 맞이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머스킷 총의 총구일 걸세. 자네가 지난번에 감히 우리 집 문턱을 더럽혔을 때 자네에게 납탄을 박아 넣지 못한 게 후회스러울 따름일세. 그리고 내 후회가 그저 후회로만 남기를 기도하는 게 신상에 좋을 걸세. 만약 자네 대답이 내 뜻과 다르다면, 자네가 그 아이를 찾으러 오길 기다리지 않고 내가 직접 자네를 찾아갈 테니까. 명심하게, 자네가 머리를 뉘는 그 쓰러져가는 오두막이 어디 붙어 있는지, 난 아주 똑똑히 알고 있으니.

예언자의 말 01

홀로 앉아 내가 내린 은혜의 자취를 응시하라.

소리 없이 떨어진 은혜는 은은히 반짝이며, 잔치에 앞서 돼지들을 살찌우나니.

이는 웃음과 곡소리가 이리저리 흔들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끝을 헤아릴 수 없는 심연 속으로 쏜살같이 뛰어드는 자들을 내가 사랑하기 때문이라.

예언자의 말 02

가장 태고의 율법, 곧 굶주림과 도취의 율법을 따르라.

지난날의 죄악을 버리라, 네 앞에 놓여 있는 것은 폭식의 왕이요, 신이 내려준 음료의 제국이니.

나를 오직 후회만을 달래주는 자라고 부르라.

이곳에서는 그 누구도 포동포동한 네 뺨에 시비 걸지 않을 것이요, 위험한 열정으로 가득 찬 채 부풀어 오른 네 목구멍을 탓하지도 않으리라.

예언자의 말 03

나를 목숨을 훔치는 자요, 기만자이자 위증자라 부르라.

네게 가장 소중한 목소리, 저 별빛 어린 밤하늘 속에서 빛나던 바로 그 목소리로 읊조리는 나의 말을 들으라.

짐승의 소굴에서 흉흉하게 풍겨 나오는 불결한 공기를 들이마시라,

그것은 떠도는 곳마다 새로운 길을 갈라 열며,

사과를 파먹는 첫 번째 벌레처럼 정신을 갉아먹나니.

예언자의 말 04

광활한 권태의 사막 속에서, 나는 결코 채워지지 않는 그대의 굶주림을 목도하였노라.

어두운 구덩이와 외로운 밤 속에서, 나는 번뜩이는 쾌락의 거품을 보았노라,

자라나고 증식하여, 이내 정신의 가장 깊은 구석까지 무한을 욱여넣는 그 욕망의 거품을.

마침내 내 목소리가 음유시인에게 닿았으니, 내 신비의 노래를 노래하며 밤을 뒤져 가장 절묘한 주검을 찾게 하였노라.

마지막 편지

내 사랑, 당신이 하는 일이 더 잘 풀렸더라면 좋았으련만.

당신도 잘 알겠지만, 당신은 누구와도 비견될 수 없을 특별한 무언가를 가슴 속에 품고 있잖아요?

모두들 당신더러 주변 사람들에게 맞춰줘야 한다고만 했지요...

그리고 당신이 그 말을 진짜로 믿기 시작하면서부터, 당신은 변해버렸어요.

그렇게 변한 당신을 보는 건 가슴 아팠어요. 그렇게 화를 내는 모습이라니요.

당신은 그러다 제게도 상처를 줬어요. 기억나나요?

제가 당신을 구원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제 착각에 불과했었나 봐요.

하지만 당신을 비웃고 모욕하는 사람들도 착각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랍니다.

다들 당신을 깎아내려서 못난 위안이라도 얻으려는 듯하지만,

그렇게 해봤자 제 얼굴에 침을 뱉는 꼴일 테니까요.

최후의 최후까지 희망을 품었지만, 당신과 함께 그 아래까지 내려갈 수는 없었어요.

그곳은 너무나 어두웠으니까요. 부디 절 이해해 주시길 바라요.

하지만 오늘 밤은 하늘이 평소보다 맑네요.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왠지 돌아가고 싶어져요.

걱정 마시길, 오래 머물진 않을 테니까요.

당신이 요리하고 글 쓰는 일을 방해하고 싶진 않거든요.

그저 당신을 보러 왔다고 말해주고는, 가능한 한 오래도록 당신의 손을 잡아주고 싶어요.

그리고 당신만 괜찮으시다면, 그간 당신이 쓴 글을 읽어주셔도 좋겠고요.

그러고 나서 전 떠날게요.

당신의 스텔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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